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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5월, 다낭의 햇살은 우리의 피부를 따스하게 어루만졌다. 호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끝없이 푸르렀고, 그 위로 흩날리는 구름은 마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하루의 피로를 호텔에서 풀고 나니, 마음은 어느새 가벼워져 내일의 여정을 기대하게 했다.

다낭의 아침, 바다와 커피의 향기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낭 해변으로 향했다. 미케 비치의 모래는 발바닥을 간지럽히며 반겨주었고, 바다는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우리를 맞이했다.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오래된 친구와의 여행은 이렇게 일상의 소소한 대화가 가장 큰 즐거움이 되는 법이다.
오전 내내 바다를 벗 삼아 거닐다가, 오후쯤에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베트남 전통 커피인 카페 스아(Càphê sữa)와 사이공 커피(Càphê Sài Gòn)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우리는 시간이 멈춘 듯 깊은 대화에 빠져들었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커피의 맛은 우리의 대화처럼 깊고 풍성했다.

호이안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
오후의 해가 서서히 기울어갈 무렵, 우리는 30분 정도 택시를 타고 호이안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베트남의 풍경은 도시와 시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호이안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서서히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지 식당에서 베트남 전통 요리로 저녁을 든 후, 우리는 호이안의 유명한 전등 불빛 축제를 맞이했다. 오래된 거리마다 형형색색의 전통 등불이 켜지면서, 호이안은 마치 동화 속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듯했다. 투본강을 따라 늘어선 가게들과 오래된 건물들은 등불 아래에서 더욱 신비로운 자태를 뽐냈다.



호이안의 밤, 빛과 음악의 향연
호이안의 밤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생한 예술 작품이었다. 길거리마다 통기타를 든 음악가들이 감미로운 선율을 들려주었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은 그 음악에 맞춰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도 그 행렬에 자연스레 섞여 들어, 때로는 낯선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국적을 초월한 여행자의 동질감을 느꼈다.
투본강 주변에 이르자, 우리의 눈앞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전등 불빛으로 장식된 작은 나무배들이 강물 위에 떠다니고, 노를 젓는 여인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우아했다. 동양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 풍경 앞에서,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그 순간을 마음속에 새겼다.
호이안은 16세기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역사적인 도시답게 곳곳에 오래된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었다. 일본 다리, 중국식 사원, 베트남 전통 가옥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파는 현지 음식을 맛보며, 먼 나라의 이색적인 문화에 흠뻑 취했다.

추억으로 남을 그 순간들
친구의 손을 잡고 호이안의 좁은 골목길을 거닐며, 우리는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와 자유로움에 마음이 부풀었다. 일상의 빠른 템포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천천히 흐르는 시간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었다. 전등불 아래에서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그 속에는 우리의 웃음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모든 감각과 감정이 담겨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서로에게 약속했다. 언젠가 또다시 이곳에 와서, 호이안의 등불 아래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다낭과 호이안의 밤은 우리의 우정처럼 시간이 흘러도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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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씁니다.
조용히 마음을 꺼내놓고,
누군가의 하루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말을 고릅니다.
사는 게 버거운 날에도,
위로가 필요할 때에도,
이곳에서 잠시 숨 고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글이
당신에게 조용한 쉼이 되길 바라며 –
작가 푸름